아기자기한 일본의 문화와 절묘한 일상의 단면 볼 수 있는 길

규슈는 일본의 변방이지만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첨병 역할을 했던 지역이다.

메이지 유신을 이끌어낸 걸출한 인물들이 규슈에서 많이 배출된 건, 나가사키를 통해 포르투갈 상선이 입항하면서 일본 최초로 해외무역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찍부터 해외문물에 눈뜰 수 있었던 곳이다.

우리와는 왜군의 임진왜란 전초기지였다는 악연이 있지만, 지금은 부산에서 크루즈를 타고 쉽게 다녀올 수 있는 등 가깝고 친근한 지역이다.

2012년 2월, 규슈에 4개 올레길이 동시에 열리면서 ‘규슈올레’라는 이름이 세상에 처음 나왔다.

‘올레’라는 브랜드의 사용과 제반 컨설팅을 포함하는, ‘제주올레’와의 협약 결과였다.

이후 매년 3~4개씩 새로운 코스를 추가하면서 2016년 12월까지 규슈올레는 17개 코스에 총거리 206km로 늘어났다.

26개 코스에 425km인 제주올레의 절반 거리이다.

제주올레와의 가장 큰 차이는, 하나는 ‘연속적’이고 다른 하나는 ‘단속적’이라는 것이다.

모두 이어져 있는 제주올레는 차량이용이 불필요한, 이를테면 트레킹만으로 제주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트레일이다.




미야자키 다카치호 코스의 마나이노 협곡의 폭포.
미야자키 다카치호 코스의 마나이노 협곡의 폭포. 아소산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협곡이다.



반면에 규슈올레는 17개 코스가 섬 전체에 따로따로 분산되어 있다. 한 코스를 걷고 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 한다.
오로지 걷기만이 목적이면 단점일 수도 있겠으나 ‘여행다운 여행’의 묘미를 고려하면 장점이 된다.
규슈에서 한 량 또는 두 량짜리 시골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도 무척 매력적이다.

제주도 면적의 20배가 넘는 규슈는 각 올레 코스마다 그 지역 특징들이 담겨 있어서, 사전에 코스 이름을 통해 여행 주안점을 파악하고 가는 게 좋다.

규슈의 주도 후쿠오카현에서는 무나카타 오시마(宗像大島) 코스의 풍차 전망대가 근사하고, 야메(八女) 코스에서는 광활한 녹차 밭을 따라 걷는다.
사가 현의 가라쓰((唐津) 코스에는 이순신 장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박물관이 있고 임진왜란의 자취가 남아 있는 나고야 성터도 있다.
다케오(武雄) 코스의 수령 3,000년 된 녹나무 앞에 한참을 머물거나, 우레시노(嬉野) 코스의 ‘22세기 아시아의 숲’을 걷기도 한다.




고코노에 야마나미 코스의 현수교. 사람이 건널 수 있는 현수교로는 일본 제일이다.
고코노에 야마나미 코스의 현수교. 사람이 건널 수 있는 현수교로는 일본 제일이다. 꿈의 현수교라 불린다.



나가사키에는 원폭 투하 당시의 참상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고, 히라도(平戶) 코스에선 일본 근대사에서의 네덜란드 흔적을 엿볼 수도 있다.
구마모토는 최근의 아소산 화산과 지진 피해로 여행을 꺼릴 수 있지만, 아마쿠사 이와지마(天草 維和島), 아마쿠사 레이호쿠(天草苓北), 아마쿠사 마츠시마(天草松島) 3개 올레 코스는 이와사쿠라 꽃공원이나 용의 족탕 등으로 유명하다.


가고시마현에 가면 기리시마 묘겐(霧島妙見) 코스 내내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카모토 료마의 자취들을 느껴볼 수 있다.
이부스키 가이몬(指宿開聞) 코스에서는 일본의 최남단 기차역이 풍기는 묘한 운치를 맛본다.
미야자키 현 다케치호(高千穂) 코스의 거대 협곡, 오이타 현 오쿠분고(奥豊後) 코스의 마애석불 후코지 절과 벳푸(別府) 온천, 고코노에 야마나미(九重やまなみ) 코스의 꿈의 현수교 등 일본인들의 아기자기한 문화와 일상의 단면들을 각 코스마다 절묘하게 담아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생긴 코스는 후쿠오카의 구루메 고라산(久留米 高良山) 코스와 나가사키의 미나미 시마바라(南島原) 코스이다.
코스 간 이동시간이 있어 하루 한 코스씩이 좋고 전 코스 종주에는 최소한 17일 걸린다. 




일본 큐슈올레 여행지도



Info

총거리
206km
최고 고도 900m
최저 고도 0m
소요 기간 17일
하루 평균 트레킹 거리 12km
길 찾기 제주올레와 똑 같은 이정표가 곳곳마다 잘 되어 있음.
숙박 시골 민박이나 온천 여관 등이 많음.
매력 포인트 일본의 아기자기한 시골과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음.
유의 사항 17개 코스가 각기 떨어져 있어 여행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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