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38)는 며칠 전부터 콕콕 쑤시는 치아가 신경 쓰인다. 특히 차갑거나 뜨거운 것이 닿을 때는 통증의 정도가 더욱 심하다. 사실 1년 전 건강검진 때 충치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치과 공포증 때문에 진료를 미뤄왔다.

하지만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자 김씨는 참다못해 치과를 찾았고, 초기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신경치료를 해야 할 정도까지 치아의 상태가 악화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치과는 많은 병원들 중에서도 유난히 두려운 곳이다. 요즘은 마취 기술이 발전해 통증이 덜해졌다지만,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입을 벌리고 누워 있으면 긴장을 풀 수가 없다.

이를 갉아내는 기계가 내는 특유의 소리는 치과에 대한 두려움을 더욱 크게 만드는 주범이다. 뾰족한 바늘로 치아 속 신경을 건드려 통증을 안겨주는 신경치료는 피하고만 싶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아픈 치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중요한 관문이다.

치아 내부에는 '치수'라고 부르는 신경과 혈관이 풍부한 연조직이 있는데 이 조직이 자극받으면 통증이 일어난다. 약한 자극에는 치수가 반응을 해도 다시 회복돼 특별한 치료 없이 지낼 수 있지만, 심한 우식증으로 치수까지 세균이 감염되거나 치아가 파절되는 등 외상으로 치수가 노출되면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치아에 심한 통증이 생기고 치수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데, 이 때 치아를 빼지 않고 치아 내부의 연조직인 치수만 제거해 통증이나 기타 증상을 없애고 치아가 제자리에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방법이 신경치료다.

흔히 신경치료를 충치치료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가지는 엄연히 다르다. 충치치료는 경조직(법랑질과 상아질)에 생긴 우식 부위를 기계적으로 깎아내고 충전재로 채워 넣는 것인 반면, 신경치료는 치아 속 연조직인 신경에 생긴 염증을 제거하는 치료다.

즉, 문제가 생긴 치아 위쪽에 구멍을 뚫고 치아 내부의 치수를 완전히 제거, 무균상태로 만든 다음, 비어있는 치관에 소독된 재료를 넣고 밀폐해 뿌리 쪽에 다시 염증이 생기지 않게 하는 치료다. 머리카락 보다 가는 신경을 깨끗이 긁어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기술과 시간이 요구된다.

사람의 얼굴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치아의 모양과 뿌리, 신경형태도 다 다르다. 따라서 치아의 상태나 발병 양상에 따라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도 차이가 난다.

심한 충치나 치아 파절로 치아 속까지 병든 상태라면 치아 내부의 신경과 혈관에 염증이 생겨 결국 죽어있는 조직이 딱딱한 치아 속에 갇혀있게 되는 셈이다.

이때 치아 내부에는 엄청난 압력이 생기고 이로 인해 뼈 속 신경이 눌려 밤새 잠도 못 이룰 정도의 치통이 유발되는데 이를 급성 치수염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서히 신경이 죽어버린 경우 만성질환이 돼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3~4회 정도 신경치료가 끝나기도 하는 반면, 일주일에서 한 달 가량 치료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신경치료하면 '신경을 죽이는 치료'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엄연한 오해다. 자가 치아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신경치료는 가능한 한 치아를 보존하면서 치아 내부 연조직인 치수만 제거해 통증 등을 없애고 치아가 제자리에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방법이다.

신경치료로 염증과 충치의 원인이 되는 신경이 제거되면 최소 6개월에서 20년 이상 자가 치아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박정현 보아치과 원장은 "성공률은 각기 다르지만 환자의 약 85~90%는 자가 치아를 보존할 수 있다"며 "인공치아를 심거나 고정식 틀니를 착용하는 것에 비하면 비용도 3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 밖에 들지 않아 경제적이라는 장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단, 신경치료 중에는 치아가 깨지는 것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 신경치료를 거치면서 상아질의 3분의 1 가량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치수가 모두 제거되고 난 후의 치아는 깨지기 쉬운 연약한 상태가 되는데 이 때 딱딱한 음식물을 씹으면 치아에 금이 가거나 깨질 수 있다. 따라서 신경치료 중에는 딱딱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중간에 치료를 중단해서도 안 된다. 신경치료 후에는 반드시 치아의 상실된 부분을 채워줘야 하기 때문. 만약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치아가 잘 깨지게 되고, 심한 경우 치아를 잃을 수도 있다.

신경치료 중에는 치아의 뿌리 끝 쪽이 자극을 받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는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신경치료가 잘되면 신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통증이나 시린 증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박 원장은 "신경관에 잔재 세균이 남아 있거나 치아 뿌리 끝 잇몸에 염증이 생겨 고름주머니가 달렸을 경우, 힘을 많이 받아 보이지 않는 치아 뿌리 안쪽에 미세하게 금이 갔을 경우에는 통증이 오래갈 수 있다"며 "신경치료 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치과를 찾아 상태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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