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조피렌은 센 불과 기름이 만났을 때 가장 많이 생긴다. 특히 지방이 불과 만나 생긴 그을음은 발암 물질 덩어리다. [중앙포토]
벤조피렌은 센 불과 기름이 만났을 때 가장 많이 생긴다. 특히 지방이 불과 만나 생긴 그을음은 발암 물질 덩어리다. [중앙포토]
삼겹살에 소주를 즐기며, 라면 국물로 입가심 하던 친구. 한 날은 라면을 먹지 않겠다며 젓가락을 놓았다. 발암물질 때문이란다. 최근 라면에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가 거부한 라면 한 그릇에는 1개(약 600g)당 0.000005㎍의 벤조피렌이 들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 친구가 좋아하는 삼겹살에는 벤조피렌이 들어 있을까. 소비자보호원의 자료에 따르면 삼겹살을 좀 노릇하게 구우면 16㎍/㎏, 갈비를 세게 구우면 최고 480㎍/㎏까지 벤조피렌이 검출됐다.

벤조피렌은 우리가 무심코 먹는 식품에 더 많다. 생선구이·삼겹살·치킨·팝콘·참기름·훈제오리 등이 대표적인 식품이다. 식품안전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치킨과 팝콘에 든 벤조피렌 양은 ㎏당 평균 0.3㎍, 생선구이는 0.1㎍~0.3㎍, 참기름·삼겹살은 0.08㎍ 정도다. 삼겹살구이를 먹으면 라면을 먹는 것에 비해 1만배 더 많은 벤조피렌을 섭취하는 셈이다.

공기 중에도 벤조피렌이 많다. 우리나라 대기 속 평균 벤조피렌 양은 0.35㎍/㎥. 하지만 자동차가 많은 곳에는 기준치를 웃돈다. 남산 1호터널의 벤조피렌 양은 일반 대기의 30배다. 흔히 안전하다 생각하는 한약, 볶은 커피와 땅콩, 분유 제품 등에도 미량이지만 벤조피렌이 들어 있다(한약재 기준치 5㎍/㎏).

문제는 벤조피렌을 다양한 경로로 섭취 또는 흡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센 불에 굽거나 튀긴 음식을 즐기고, 담배·조리 연기, 대기오염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벤조피렌은 지방 조직에 잘 저장된다. 특히 신장·간과 위 등 소화기계 장기를 위협한다. 담배나 대기 중에 든 벤조피렌은 주로 숨을 쉴 때 호흡기로 들어와 폐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혈액을 타고 몸속을 돌다 세포 돌연변이를 만들어 결국 암을 일으킨다.

물론 몸은 발암물질의 활동을 억제하는 면역체계와 해독기관이 있다. 미량의 독성물질은 몸이 스스로 해독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의 발암물질이 들어오거나, 적은 양이라도 지속적으로 섭취한다면 발암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가족력이나 유전적으로 발암물질에 약하다면 더욱 유의해야 한다.

벤조피렌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첫째 직화구이는 반드시 피한다. 숯불은 가스레인지보다 식품 온도를 약 2배 더 빨리 올린다. 고기 표면에 급격한 막을 만들고 육즙은 보호해 맛있게 느껴진다. 기름도 잘 빠진다. 하지만 훨씬 많은 벤조피렌을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소보원에 따르면 석쇠 숯불구이가 불판 조리법보다 벤조피렌 검출량이 20배 더 많았다. 고기를 구울 때는 프라이팬을 사용하는 게 좋고, 석쇠를 이용하더라도 호일을 깔거나 기름기를 최대한 제거해 굽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간도 중요하다. 보통 센 불에 15분 이상 가열하면 벤조피렌 양이 크게 는다. 전자레인지에 한 번 슬쩍 익힌 후 구우면 벤조피렌이 줄어든다.

둘째는 항상 채소와 과일을 함께 섭취한다. 항산화성분이 벤조피렌의 발암 작용을 어느 정도 막는다. 특히 토마토와 배는 기름진 고기와 환상의 궁합이다. 라이코펜은 암세포의 변이를 막고 고기와 같은 산성식품을 중화시킨다. 흔히 스테이크에 익힌 토마토가 곁들여 나오는 이유다. 배도 좋다. 최근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양미희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바비큐를 먹은 후 배를 섭취한 사람은 벤조피렌의 혈액 내 함유량이 크게 줄었다.

셋째, 매연 냄새가 심한 곳에선 마스크를 껴 호흡기로 직접 흡입되는 양을 줄인다. 매일 30분 이상의 운동, 삼시 세 끼 골고루 먹는 습관 또한 암 유전자를 ‘OFF’ 상태로 고정하는 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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