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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식량을 찾아 먼 거리를 걸었고, 식물성 음식을 직접 손으로 따고 채집하여 운반하고, 동물을 사냥할 때나 피해 도망칠 때 생존을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곤 했다. 즉 규칙적이고 꾸준한 신체활동이 삶의 바탕이 되었으며 주로 걷기에 치중해 있었다. 반면에 현대인들이 하는 운동이란 대부분 차에서 내려 잠깐 걷거나 텔레비젼 리모콘을 조작하는 손가락 운동이 고작이다.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등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운동'이라 하면 달리기나 에어로빅, 수영이나 자전거타기 같은 매주 몇 차례 거의 강제적으로 하는 운동을 떠올리게 된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체계적인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운동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신체활동을 조금만 늘여도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신체활동이 반드시 체계적인 운동이어야할 필요도 없다. 집안 청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오르기, 춤추기, 개와 함께 산책하기 같은 간단한 일을 매주 몇 차레 정도 하는 것도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매우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체계적인 운동만큼이나 효과가 있는 일상생활 일부가 되는 신체활동들이다.

미국 댈러스에 있는 쿠퍼에어로빅연구소에서 주로 좌식생활을 하는 35~60세의 건강한 남여 235명을 두 군으로 나누어 한 쪽은 매주 5일씩 수영, 자전거타기 등의 운동을 20~60분간 열심히 하게 하고, 다른 쪽은 생활양식을 바꾸어 걷기 계단오르내리기, 진공청소기 돌리기 같은 집안일하기 등의 일상생활 속에서 중간강도의 신체활동을 매일 30분씩 6개월간, 그리고 2년간 하게 했다. 그 결과 심장호흡계의 체력, 혈압, 체자방률 등이 유의하게 호전되었으며, 두 군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

21~60세의 비만 여성 40명을 무작위로 체계적 운동군과 활동성 생활양식군으로 나누고, 모든 참가자들에게 열량 제한 식이를 지키도록 한 결과, 4개월 후 두 군 모두에서 지방 감소, LDL 콜레스테롤 감소, 혈압 감소, 심폐체력지표인 산소섭취량 증가 등의 유의한 효과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1년 뒤 체중이 불어난 정도가 체계적 운동군보다 활동성 생활양식군에서 더 적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신체활동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용기를 내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일이든 놀이이든 내 몸의 움직임을 수반하는 일상생활에서의 어떤 것이라도 운동이 될 수 있다. 나는 3~5km 이내의 거리는 항상 걸어다닌다. 30분이나 1시간 이내로 활기차게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관리에 놀라운 효과를 느끼게 된다. 또 7층 이내의 계단은 걸어다닌다. 계단 걷기는 날씨가 좋지 않거나 기온이 낮을 때 그 자체만으로도 운동을 대신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우면 처음에는 3층까지 걸어올라가는 것으로 시작하며 매주 한 층씩 증가시키고,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다가 걸어내려오는 것으로 바꾸면 된다. 일과 중에도 전화를 받거나 신문을 보거나 텔레비젼을 볼 때는 서서 보거나 걸어다니면서 보거나 제자리 달리기를 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출근할 때 한 블록이나 한 정거장 걸어가서 타고, 올 때도 걸어서 오거나 차를 가지고 갈 때는 가능한 한 멀리 주차하고 점심 시간에 잠깐 걷는 것도 좋고, 직장에서는 전화 대신 복도나 계단을 걸어서 이야기를 하거나 전하고, 길을 걸으면서 데이트를 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전화 대신 2분간을 걸어 가서 업무를 본다면 10년이면 지방을 5kg 정도 줄일 수 있는 운동효과가 있다. 주말에 날씨가 좋다면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이나 쇼핑몰이나 지하상가 끝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올 수도 있다.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보다 탄수화물 섭취 후에 분비되는 인슐린의 양이 더 적다. 신체활동을 조금만 늘려도 몸에서 탄수화물이 더 효율적으로 처리되도록 도울 수 있다는 말이다. 걷기와 같은 강도가 높지 않은 신체활동을 조금만 더 해도 격렬한 운동을 했을 때와 비슷하게 인슐린 민감성이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활동적인 사람들에 비해 당뇨병으 발병위험이 2배나 높고 비만하거나 고혈압이 있거나 당뇨병을 앓는 부모가 있는 사람들은 성인 당뇨병의 발병위험이 가장 높은데, 걷기나 집안일 하기와 같은 간단한 활동을 조금 더 늘리면 인슐린이 더 효율적으로 기능하여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에 걸리지 않게 된다.
운동과 담 쌓고 사람들에 비해 훨씬 적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데, 운동의 유형도 주말에 몰아치기 운동을 하는 사람, 내키지 않지만 운동수업에 참여해서 매주 3회 이상 심장혈관계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 달리기나 역기 등 전문 종목 선수들과 일상생활 중에 중간 강도의 신체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맞는 운동은 없다. 가능하면 우리 선조들이 주로 했던 운동을 할수록 더욱더 건강해질 수 있고, 더 즐겁고, 더 규칙적으로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득은 충분히 입증되어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할 수 있고 하면 할수록 즐거워져서 자꾸 하고 싶어지는 무언가가 없는지 생각해보자. 어렸을 때는 땅따먹기, 연날리기, 술레잡기, 훌라후프돌리기, 줄넘기, 뒤로 달리기 등 무엇이든 즐거운 놀이로 했던 일들이 많이 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생활 중에 놀잇거리는 도처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동윤 대한외과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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