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 정기모
 
 
깊이를 잴 수 없는 강물의 흐름이 맑아지듯
강기슭에 뿌리내린 들국화 맑게 피면
밤별이 눈감는 새벽녘에 어두운 눈 씻어내고
명경같이 맑은 얼굴로 편지를 쓰겠습니다
 
욕심껏 품어 안았던 그리움 조용히 내려놓고
가을이 풀어내는 향기들 주머니 가득 담아
덜어낸 그리움의 자리마다 채워넣고
살아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편지를 쓰겠습니다
 
흔들리다 죽어도 좋을 가을볕에
들국화 향기 묻히는 무덤마다
사랑이라는 다 못한 이름 적어넣고
목마른 영혼보다 차진 언어로 편지를 쓰겠습니다
가을엔 사랑이라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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