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수 없는 전화


우리 엄니가 아는 글자라곤
'가'자밖에 모르십니다
그런 엄니가 딸네 아들네 전화번호는 
번개같이 외우지요. 

결혼 전 제가 객지에 있을 때도 매일같이
전화를 해주셨는데 시집을 보내놓고도
아침만 되면 전화를 하십니다.

오빠는 시집간 딸네 집에 매일
전화 하신다고 엄니를 뭐라하십니다.
오빠 몰래 하시다가 들키면
혼날까봐 말하던 중에 그냥 끊습니다

전화번호 숫자가 늘어나면 하룻저녁을
끙끙 연습 하셔서 다음날 신나게 전화하시곤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십니다.

같은 지역에 살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니까 지역번호에다 번호가 바뀌니
엄니에게는 만만치 않으셨지요
그래서 죽기 살기로 연습을 하셨답니다.

대단하신 엄니!!
여든여섯에 눈도 어둡고
몸도 편찮으시면서도
딸자식 그리워서...

그런데 난 받기만 하고
내가 해야지 하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어느날은 병이 나셔서 전화를 못 하시니
내 전화를 많이 기다렸을텐데도...
무정한 전 몇 푼 되지도 않는
전화요금이 아까워 자주 안 했습니다.

작년 가을 정액제가 생겨 속으로...
"잘 됐다 이제부턴 내가 엄니한테
매일 전화 드려야지!" 하고...

정액제를 신청하고 며칠뒤
전화를 드렸는데 엄니께서는 앓아 누우신채
"보고 싶은데 한 번 올 수 있겠냐고..."
그 한 통화 하시고는
며칠 후 돌아가셨습니다.

일 년이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엄니에게 전화를 걸 수가 없습니다.

그 때는 보고싶단 말 듣고도
그저 맨날 하시는 소리로만 알았습니다.
전화도 언제까지나 하실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내가 보고 싶고, 전화 걸고 싶은데
엄니는 어디에도 그 모습 보이지 않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모셔온글





첨부이미지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