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확의 꿈

                            박 영 보

   ‘세상에, 이럴 수가~’

   허망하다.  작년에도 똑같이 당했지만 이처럼 야속하다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은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미물일망정 그럴 정도로 생각이 없을까.  사람들은 가을에 ‘까치 밥’이라 하여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열매 몇 개 정도는 남겨두기도 하는데~.

   돌아오는 주말쯤에는 이웃에 사는 김선생 내외를 초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날씨도 더운데 뒷마당의 패티오 그늘 아래서 이야기도 나누며 시원한 냉면에 첫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였다.  그런 작은 꿈을 이렇게 뭉개버리다니.

   뒷마당에는 갖가지 꽃과 관상수를 비롯 과일나무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는 각각 다른 세 종류의 자두나무도 있다.  그런데 이 자두나무들로부터는 하나같이 사방으로 뻗은 뿌리에서 수도 없이 많은 새끼 나무의 싹이 돋아나고 있다.  같은 종류의 지주에 종류별로 접목을 했는가 보다.  

   이 싹들은 얼핏 불필요한 잡목 같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를 거침없이 싹둑싹둑 잘라버린다는 것이 영 내키지가 않았다.  살리는 방법, 살리면서도 쓸모 있는 나무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을 해오다가 한국에 갔을 때 지방에 있는 한 과수원을 찾아 갔었다.  접목을 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는데 친절하게도 시범까지 보여가며 가르쳐 주었다.  자두나무는 핵과의 한 종류로서 다른 종류의 자두는 물론 복숭아나 살구, 넥타린 같은 과일의 접목도 가능하다는 말도 해 주었다. 

   이듬해 봄에는 배워온 대로 시도를 해봤다.  자두나무 뿌리에서 나온 일년생 나무를 지주로 삼았다.  평소 걷기 운동을 하다가 이웃의 한 집 마당에 어른의 주먹덩이만큼 탐스런 열매가 매달려 있는 것을 눈 여겨 봐뒀던 집을 찾아갔다.   나이 칠십은 넘었을 것 같은 백인 할머니는 전지가위를 내주며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일년생 가지 하나를 가져와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은 덕인지 성공이었다.  아침마다 나가 자라고 있는 새싹을 바라다 보는 일거리 하나가 더 생기게 되었다. 

   이 나무가 이 집안에 자리를 잡게 된지도 만 사 년이 되었다.  삼 년째부터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혔다.  첫 열매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당한 간격으로 솎아 여섯 개만 남겨 두었더니 탐스럽게 자라주었다.  열매의 색깔이 발그레해지고 코끝을 갖다 대보니 그 특유의 향이 풍겨나오기 시작했다.  때가 됐구나 싶어 주말 오후에는 가족끼리 한판 벌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다음해로 미뤄야 했다.  한 발 앞선 누군가로부터 싹쓸이를 당하고 말았다.  땀 한 방울이라도 흘리거나 손끝 하나 대지 않고도 배를 채우기만 하면 되는 녀석들의 팔자를 부러워하며 웃어넘길 수 밖에 없었다.

   금년엔 작년과는 다를 줄 알았다.  열매도 작년보다 몇 갑절이 되니 저들이 입을 댔다 한들 ‘우리 몫으로 다만 몇 개라도 남겨 두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느긋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 샌프란시스코 쪽에 며칠간 여행을 간 사이 단 한 개도 남기지 않고 먹어 치운 것이었다.  약을 놓거나 덫을 놔서 퇴치시키라는 권고도 있지만 그 열매 몇 개를 지키자고 살생을 한다는 것도 내키지가 않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내년에는 어떻게 할까를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일까.  녀석들을 다치게 하지 않고서도 단 한 개의 열매라도 지키고 싶은 욕심이 남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시인이며 자체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후배에게 이 메일로 이런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답이 왔다.  ‘다람쥐 퇴치는 장대 끝에 딱딱한 은박지로 바람 판을 달아 나무에 높이 매어놓으면 진동에 의해 서(鼠: 쥐)류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는 답이 왔다.  사실 복숭아 도둑은 다람쥐뿐만이 아니라, 블루제이나 산비둘기의 일종인 도브 새, 참새 등 조류도 많다.  그러니 바람 판으로 침입자 모두로부터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하여는 보장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아예 공유를 하며 함께 나누자는 마음으로 또 다른 내년으로 미뤄야 하는 것이 뱃속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순리라는 것이라면 이에 따르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어차피 올해도 달콤한 황도의 맛을 본다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가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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